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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으로 몰려간 도시인들의 기묘한 도피처


금욕의 종교가 만든 팝업스토어
2,500년 된 금욕의 종교가 2026년 서울에서 가장 힙한 ‘풀소유’의 팝업스토어가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템플스테이 예약 창은 수강신청을 방불케 할 만큼 마비되고, 4월의 코엑스는 박람회장 오픈런에 목을 매는 2030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들은 더 이상 엄숙한 예불을 드리지 않는다. 대신 래퍼 우원재나 유명 DJ들이 뿜어내는 EDM 비트에 몸을 맡기고 열광한다. 무소유를 가르치는 사찰이 어떻게 도심 한복판에서 가장 거대한 욕망의 해방구가 되었는가. 이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아이러니 앞에서, 우리는 이 시대의 대중이 얼마나 절박하게 ‘위로’를 쇼핑하고 싶어 하는지 목격하게 된다.

철학을 놀이로 만든 발칙함
올해의 테마인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보라. 얽매일 실체가 없다는 불교의 무거운 철학 ‘공(空)’을, 누구나 던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공(Ball)’으로 비틀어버렸다. 이 개념이 생경한 이들을 위해 덧붙이건대, 불교의 공(空)은 그저 텅 빈 ‘허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정된 ‘나’라는 실체가 없기에 역설적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상태를 뜻한다. 거창한 경전 대신 행운공을 뽑아 메시지를 읽고, 거대한 예술 조형물을 완성하는 이 가벼움. 심오한 철학의 무게를 덜어내고 팝아트적인 놀이로 치환해 버린 이 쿨한 불경함이야말로, 가장 권위적인 종교가 동시대의 대중을 유혹하는 꽤나 영리한 방식이다.

도파민으로 해소하는 도파민 디톡스
현대인들은 알고리즘과 숏폼, 쉴 틈 없이 울리는 알람에 극단적인 피로를 호소한다. 이들이 도심을 벗어나 절을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끊임없이 세상과 접속되어 있어야만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전원을 차단할 ‘디톡스’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는 대중의 결핍을 위로하는 척하며 영악하게 그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코엑스 B홀을 채운 430여 개의 부스가 오직 ‘무해한 휴식’만 약속할 거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한편에서는 정관스님의 사찰음식과 싱잉볼의 파동이 고요한 디톡스를 선사하지만, 고개만 돌리면 ‘무소유’를 가르치는 종교가 무자비한 ‘풀소유’의 물욕을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광경이 펼쳐진다. 감각적인 인센스 스틱, 힙스터들의 필수품이 된 108염주, “번뇌 멈춰”가 적힌 재치 있는 굿즈들은 마음챙김이라는 달콤한 명목하에 청년들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만든다.

이 지독한 모순의 화룡점정은 길 건너편에서 완성된다. 양손 무겁게 굿즈를 사들고 박람회장을 빠져나와 도보로 십여 분 떨어진 봉은사 앞마당으로 향하면, ‘야단법석’이라는 특설 무대가 일렉트로닉 비트로 억눌린 도파민을 사정없이 터뜨린다.

마음을 비우기 위해 굿즈를 사 모으고, 도파민을 해독하려 명상을 한 뒤 길 건너편에서 다시 EDM 파티에 몸을 던지는 위선. 무소유와 풀소유, 정적인 위로와 동적인 환락을 길 하나 사이에 두고 극단적으로 오가는 이 기묘한 동선이야말로, 2030 세대가 불안한 일상을 견뎌내는 동시대의 웰니스 문법이다.

종교를 취향으로 번역하는 세대
작년 박람회를 찾은 20만 명의 관람객 중 77.6%가 이른바 MZ세대였고, 그들 중 절반이 넘는 52.1%는 그 어떤 종교적 틀에도 속해 있지 않은 이들이었다. 결국 이들은 신앙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다. 숨 막히는 일상에서 잠시 도망쳐, 내 취향에 맞는 ‘가장 트렌디한 위로’를 쇼핑하러 온 것에 가깝다.

사실 2,500년의 지혜를 이런 식으로 가볍게 소비하는 게 맞는지 잠시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 그런 엄숙한 잣대가 무슨 상관일까. 전통이라는 견고한 벽을 허물고, 종교마저 내 입맛대로 다정한 라이프스타일 굿즈로 소비하는 세대. 과연 이 도발적이고 뻔뻔한 축제는 당분간 여전히 매혹적인 도피처로 군림할 것이다.

📍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전시 안내]
– 일시: 2026. 4. 2(목) ~ 4. 5(일)
– 장소: 서울 코엑스(COEX) B홀


📸 사진 출처 |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정관스님, 해탈컴퍼니, 부다파스타, 영천목탁, 포목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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