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붐비고, 사람들은 숲으로 간다
ITB Berlin이 보여준 2026 여행의 방향

베를린에서 매년 열리는 ITB Berlin은 여행 산업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자리다. 관광청, 호텔 체인, 항공사, 기술 기업, 스타트업까지 전 세계 여행 산업이 한자리에 모여 다음 해의 방향을 이야기한다. 올해는 현장에 가지 못했지만 ITB 공식 리포트와 주요 여행 미디어, 업계 보고서를 살펴보면 몇 가지 분명한 흐름이 보인다.
넥스트 시티 가이드의 관점에서, 이번 박람회에서 주목할만한 키워드는 네 가지다. 여행 산업에 깊숙이 들어온 AI, 건강을 위한 여행, 붐비는 관광지를 벗어나는 흐름, 그리고 지역 경험과 음식이다.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여행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AI다. 여행을 대신 계획해 주는 서비스는 이미 익숙하지만, 실제 업계가 더 관심을 두는 분야는 운영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 쪽이다. 호텔 체인들은 이미 AI를 활용해 객실 가격을 예측하고 조정한다. 수요, 항공편, 지역 이벤트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객실 가격을 자동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힐튼과 메리어트 같은 글로벌 호텔 그룹은 이런 수요 예측 시스템을 이미 운영에 활용한다. 여행 플랫폼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파리 호텔’이나 ‘베를린 숙소’ 같은 키워드 검색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조용한 미식 여행을 할 수 있는 작은 도시’나 ‘자연이 가까운 곳에서 며칠 머물고 싶다’ 같은 문장형 질문이 늘고 있다. Booking.com이 도입한 AI 여행 플래너 같은 서비스는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숙소와 경험을 추천한다. 여행 산업에서 AI는 화려한 기술이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행을 더 편하게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는 중이다.
또 하나의 흐름은 건강이다. 웰니스 여행은 더 이상 스파나 요가 프로그램 정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ITB와 여러 여행 리서치에서 강조된 개념은 ‘Health Tourism’, 즉 몸을 돌보는 여행이다. 숲속을 걷는 프로그램, 자연 속에서 머무는 장기 체류, 명상과 식단을 결합한 리트릿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여행이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몸을 관리하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음식 역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단순한 맛집 탐방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연결된 경험을 추구한다. 농장에서 식재료를 배우는 프로그램, 지역 요리를 직접 만드는 클래스, 발효 음식을 테마로 한 미식 여행 같은 것. 여행이 점점 먹고 배우는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여행지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여행 산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Destination Diversification’, 즉 관광객이 특정 도시나 지역에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여행지를 넓게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실제로 여러 관광청이 이번 ITB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유명 도시 대신 덜 알려진 지역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작은 도시와 농촌 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 있는 기업 중 하나가 Airbnb다. Airbnb는 이번 ITB에서 ‘Beyond Cities’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도시 대신 자연과 가까운 지역이나 작은 마을에서 머무는 여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Airbnb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농촌 지역 숙박 예약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조금 흥미롭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rbnb는 오버투어리즘과 도시 주거 문제의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었으니까. 그런 기업이 이제는 도시의 혼잡을 줄이고 여행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이야기 한다. 여행 산업이 균형을 찾는 과정일 수도 있고, 규제가 강해진 도시를 떠나 새로운 시장을 찾는 전략일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여행의 중심이 조금씩 도시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ITB에서 꾸준히 참가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다만 올해 행사에서 한국이 어떤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흐름을 찾기 어렵다. Next City Guide의 시선으로 보면 한국이 세계 여행 시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음식과 발효, 그리고 건강한 식문화다. 김치와 장, 사찰 음식처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음식 문화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 삶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지금 세계 여행 산업이 건강과 음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식문화는 앞으로 더 흥미로운 여행 경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ITB에 꾸준히 참가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다만 올해 행사에서 한국이 강하게 강조한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위의 트렌드에 따라 세계 여행 시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라면? 음식과 발효, 그리고 건강한 식문화다. 김치와 장, 사찰 음식 같은 전통 음식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삶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지금 세계 여행 산업이 건강과 음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식문화는 앞으로 더 흥미로운 여행 경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리포트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마음을 붙든 장면은 행사장 안에 마련된 ‘ITB Späti’였다. 슈패티는 베를린에서 늦은 밤까지 문을 여는, 이를테면 우리네 편의점 같은 작은 가게다. 퇴근길에 들러 가볍게 맥주 한 병을 마시며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곳. 박람회장 안에 그런 슈패티가 생기다니, 사람들은 여기서 누군가를 만나고, 못다채운 허기와 갈증을 채우다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갈테다. 수천 개의 부스가 여행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가장 베를린다운 장면이다. 거대한 변화와 전략이 오가는 한편에서, 실제 여행을 움직이는 힘은 어쩌면 이런 순간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각자의 도시와 음식, 다음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짧은 대화들. 거창한 발표보다 이런 작은 연결이 여행의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