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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의 새로운 룰: B Corp 호텔

한때 럭셔리는 단순했다. 이집트산 면 시트, 번쩍이는 대리석 욕실, 미슐랭 레스토랑. 돈이면 됐다. 그게 우리가 알던 5성급 호텔의 공식이다. 하지만 지금, 그 공식은 깨졌다.

최근 럭셔리 호텔 신(scene)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B Corp(비콥)’이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이왕이면 의미 있게 쓰겠다’는 깃발을 들면서,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증명하는 호텔들이 이 게임의 승자가 되고 있다.

맞다. 에르메스 백은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호텔 신(scene)에선 새로운 ‘배지’가 생겼다. 바로 윤리와 진정성이다. ‘착한 기업’이 곧 ‘섹시한 브랜드’가 되는 시대. 호텔을 고르는 기준은 이제 스레드 카운트(Thread count)* 따위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깡’으로 이동했다.

럭셔리? 다시 정의하지

진짜 럭셔리란 뭔가? 과거엔 ‘돈’이었다. 남들이 못 가는 곳, 남들이 못 갖는 것. 하지만 새로운 세대는 묻는다. “이 호텔, 제대로 된 곳인가?” “직원들은 행복하게 일하나?” “내 돈이 쓰레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건 아닌가?”

그렇다. 단순히 비싼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선택이 새로운 ‘바이브’가 됐다. 럭셔리는 더 이상 과시가 아니다. 그건 태도고, 선택이며, 책임감이다.

‘진짜’는 B Corp을 본다

B Corp(Benefit Corporation). 이 인증이 왜 중요한가? ‘그린워싱’을 솎아내기 때문이다.

B Corp 인증, 그게 뭔데? 
B Corp(비콥)은 단순히 '착한 일' 좀 한다고 주는 배지가 아니다. 기업의 DNA 자체를 뜯어고칠 것을 요구하는 글로벌 인증이다.

✔️ 평가 (BIA): 지배구조, 노동자, 환경, 지역사회, 고객 등 5개 영역을 평가해 200점 만점에 80점을 넘겨야 한다. (평균 기업 점수는 50점대)
✔️ 투명성: 이 평가 점수와 리포트를 대중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 법적 책임: "우리 회사는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환경,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일한다"고 법적으로 서약하고 회사 정관에 박아야 한다.
✔️ 재인증: 3년마다 이 모든 걸 다시 검증받는다. (최근엔 기후 행동, 인권, 공정 노동 등 7개 주제별 '필수 성과'로 기준이 더 빡세지는 중)

호텔 룸에 놓여져 있는 “지구를 위해 수건을 재사용해 주세요”라는 빳빳한 카드. 그럴싸하다. 하지만 그 뒤에서 뷔페 음식을 쏟아붓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남발하고 있다면? 그건 그냥 사기다.

B Corp은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묻는다. “그래서, 직원들 월급은 제때 주나? 지역 사회엔 뭘 하나? 쓰레기는?” B Corp은 호텔 산업에서 ‘진짜 ‘를 알아보는 표식이다.

ⓒ Exclusive Collection
ⓒ Zoku Hotels

이 새로운 룰을 따르는 호텔들

Exclusive Collection | 영국
영국 시골의 고풍스러운 저택(Manor)을 개조한 럭셔리 호텔 그룹. 시작부터 럭셔리 필드에서 뛰었다. 이들이 B Corp을 받은(91.1점) 이유는 명징하다. 지역 농장에서 식자재를 공급받고, 플라스틱을 없애며, 에너지원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등 ‘진짜’ 지속가능성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럭셔리한 경험과 윤리적 운영은 양립해야 한다’는 철학을 증명한 것. 전통적인 럭셔리를 즐기면서도 윤리적 찜찜함을 덜고 싶은 여행자에게 완벽한 답이다.

Zoku | 유럽 (네덜란드에서 시작)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해 코펜하겐, 파리 등으로 뻗어 나간,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호텔. 이들은 호텔을 ‘잠자는 곳’이 아닌 ‘일하고 생활하는 커뮤니티’로 재정의했다. 객실은 ‘홈-오피스 하이브리드’에 가깝고, 로비는 코워킹 스페이스다. 2018년(99.4점)에 일찌감치 B Corp을 받았는데, ‘커뮤니티’와 ‘근로자’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도시에 며칠 혹은 몇 주간 머물며 일과 여행을 병행하는 ‘디지털 노마드’나 ‘크리에이터’에게 성지 같은 곳.

태도를 선택하라

결국 ‘새로운 럭셔리’는 가격표가 아닌 ‘태도’다. 샤넬 백을 살 때 그 장인 정신을 사듯, 이제 호텔을 선택할 때도 그 브랜드의 ‘태도’를 본다. 다음 여행에서 B Corp 마크를 확인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럭셔리를 아는 여행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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