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Kitchen Place

기차타고, 양조장 여행 (1) 한영석의 발효 연구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치 못하듯, 정읍까지 왔으니 이 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 ‘한영석의 발효연구소’를 들렀습니다. 

한국 술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곳 청명주를 마셔본 적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더라도 “청명주? 많이 들어봤는데~”할 수 있어요. 청명주는 24절기 중 다섯 번째, 하늘이 맑아지는 때 빚는 술의 종류이기도 하거든요. 한영석의 발효연구소 외에도 여러 곳에서 출시되고 있지요. 

처음 한영석 청명주에 호기심을 가졌던 건 누룩 명인이 만들었단 점이었습니다. 이 술을 한 잔 맛보고 나면 궁금증은 한껏 증폭되죠. “아니 어쩜 찹쌀, 물, 누룩으로만 술을 빚었다는데 이렇게 향그러울 수 있지? 이 과실향은 뭐지? 감칠 맛은 또 뭐지!“ 세심하게 맛을 음미하고 곰곰이 궁리하다 보면 그 신비한 맛의 근원은 누룩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거죠. 

한영석의 발효연구소의 누룩

한영석 명인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전통 누룩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청명주를 빚었다고 했습니다. 척수염을 앓았던 명인이 치료를 위해 발효 식품을 공부하고, 식초에 빠져 들었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 누룩에 이르게 된 거죠. 내장산의 위풍당당한 기세가 드리워진 양조장을 방문하면 누룩을 향한 열정과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여 종에 이르는 전통누룩을 복원, 개발했다는 명인의 연구소 중 가장 흥미로운 곳은 역시나 누룩실입니다. 쌀누룩, 밀누룩 외에도 향온곡, 녹두곡, 백수환동곡(모두 녹두를 섞은 누룩, 각 비율 및 레시피가 다름) 등 다양한 누룩에 대한 도전과 실험, 직접누룩을 만들어 60일간 자연발효, 또 60일간 저온발효 시킨다는 긴 여정까지. 명인의 깊은 지식과 탐구, 정성이 이렇게 향기로운 술을 만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술 한 방울조차도 귀하게 느껴진 달까요. 

정읍에 간다고 했더니 이곳을 소개해 준 이지민 대표님 덕분에 청명주는 물론 난이도가 높은 만큼 맛보기도 어렵다는 백수환동주(2024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청주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그 술!), 캐나다의 아이스와인이 부럽지 않던 동정춘, 요즘 한국술 업계에 핫이슈 중 하나인 ‘오크 숙성’을 더한 과하주 ‘여해’까지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았는데,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어요. GS25에서 한영석 청명주 18배치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당장 ‘우리동네GS’ 앱으로 주문했지요. 좋은 한국술을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싶다는 한영석 명인님의 바램. 다음 행보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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